청소대상이 되어버린 청소도구
청소대상이 되어버린 청소도구
얼마 전 지하실 계단 출입구를 막아선채
몇 년동안 비치되어있던 방방이를 해체해서
옥상으로 옮기기로 마음먹고 팔을 걷어부쳤다.
두 시간 가까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을 닦으며
모든 볼트를 풀고 파이프를 분해하고 그물망을 해체해서
물을 뿌려 박박 닦고 씻고 말린 후
옥상으로 옮겨 분해의 역순으로 조립해서 놔두었다.
몇 시간의 씨름 끝에 거듭난 새 모습으로 옥상에 설치된
방방이의 모습에 얼마나 뿌듯하던지... 그 위에서 뛰놀며
깔깔거릴 아이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런데 그 기쁨이 충격으로 바뀐 것은 단 일주일.
일주일 후에 옥상에 올라가보니 방방이는 대파되어
프레임은 꺾어지고 부러지고 그물망은 주저앉아 있었다.
순간 내 판단 실수가 느껴지며 마음이 아려왔다.
‘그래, 이 물건은 2층 유치부실 앞에 두었어야 하는데
왜 유년부와 중고등부 친구들이 있는 옥상에 두었을까?’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밤잠을 설쳤다.
대파된 방방이는 이제 다시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오래전에 헌물 해 주신 권사님께 너무나 죄송한 마음뿐이다.
방방이 헤체 작업을 하던 중에 지하실 계단 밑 창고에 있는
곰팡이 슬어있는 종이 박스를 열어보니 몇 년 전에 대청소를 하면서
사용했던 청소도구들이 한가득 담겨있다.
스폰지, 쑤세미, 장갑, 분무기 등등 오랫동안 잊혀진 채 곰팡이가 슬고
구져지고 눌려진 채 방치되 있는 도구들, 이제는 청소대상이 되어버린
그 청소도구들이 가엾게 여겨졌다.
올해 대청소 때는 청소가 끝나고 나면 꼭 청소도구들을 잘 말려서
제자리에 보관함으로, 수고한 그 물품들에게도 쾌적한 곳에서 쉴 수
있게 해주고, 계속해서 잘 쓰이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선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