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손님
여름손님
반갑지 않은 손님인 감기가 찾아왔습니다.
모든 손님은 반갑게 맞아주는 것이 예의 인데
이 손님 만큼은 예외입니다.
목이 잠기고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합니다.
어제 저녁 수요예배 후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고 약을 먹었는데,
오늘 아침에도 여전한 걸 보면 며칠을 머물다 가려나 봅니다.
감기의 여파인지 모르지만 마음이 평온하게 가라앉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모든 것이 받아들여지고 수긍이 갑니다.
감기로 인해 힘이 빠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주일은 맥추감사주일이고, 다음 주는 특별새벽기도회가 열리고,
연거푸 교육부서 행사들이 이어지는데 큰일 났다.“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
그런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습니다. 힘이 빠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제 저녁 수요예배설교는 목이 잠긴 상태여서 조용조용히 설교했는데,
아내는 대박이었다고, 너무나 은혜로웠다고 엄지를 척 세워줍니다.
이상합니다. 내 힘이 들어가서 잘하려고 할 때는 그런 말을 안 하더니
힘이 없어서 작고 차분하게 했는데 은혜를 받았다니요?
참 이상합니다.
하긴 언제는 하나님의 일하심이 예측이 되었나요?
언제나 예측할 수 없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에 놀랄 뿐 이었죠.
내 생각에는 이렇게 될 것 같은데 저렇게 되고,
내 생각에는 저렇게 될 것 같은데 이렇게 되고,
항상 그렇게 저렇게 하나님의 일하시는 방식은 자유로우면서도 뛰어나고
완전했습니다.
그렇기에 ‘불어오는 바람에 내 몸을 맡기듯, 내 마음도, 내 기대도
하나님의 바람에 맡기고 실려 보내야겠다.’라고 마음먹고 살면서도
힘이 들어가면 그게 잘 안되었습니다.
어찌나 내 뜻대로 내 생각대로 되기를 바라고 원하는지,
일도, 사람도, 인생도, 모두 그렇게 내 생각대로 만들어 보려고 어찌나 힘을 쓰는지,
행복을 위해 애쓰는데 점점 더 불행을 쌓는 꼴.
그런 삶을 살아온 것 같습니다.
감기도 쓸모가 있군요.
그렇게 힘이 가득 들어가 있는 어깨에서 힘을 빼주니까요.
박선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