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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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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편지

  • 박선타
  • 2018.04.25 오후 02:55

쪽지편지

 

고등학교 때부터 우정을 나눈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부천에 살고 있는 찬호라는 친구인데요, 우정이 근 35년 동안 이어져 왔네요.

키는 저보다 크고 얼굴도 남자답게 넓고 후덕합니다.

마음씨가 고와서 세상을 따뜻하게 해 주는 친구입니다.

작년쯤인가 카톡으로 저에게 뜬금없는 그림 파일을 하나 보냈더군요.

열어보고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지만, 이내 가슴이 찡해지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사진의 내용은 고 3때 교실 제일 뒷자리에 앉아서 선생님 몰래 주고받았던

쪽지 편지였습니다. 누렇게 바랜 쪽지에 이런저런 토막글들이 기록 되 있었는데,

제가 봐도 참 필체가 못났구요, 내용은 유치했습니다.

옆에 낙서하듯이 그려놓은 문양들도 유치원생의 그림 같았습니다.

그치만 못난 필체로 기록한 글의 내용은 한없이 맑고 순수해서

그 깊은 물속에 첨벙 빠질것처럼 제 마음을 신나게 하고 들뜨게 했습니다.

마치 35년전의 저를 만나듯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에게 참 오래도 간직하고 있었네라고 답장을 했지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피어오른 이유는 옛 흔적이 남아있는 쪽지로 말미암은 회상 때문이겠죠.

 

며칠전 우연히 막내아들이 남기고간 쪽지편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빠 엄마, 항상 기도해주고 응원해 줘서 고마워요.’라고 시작되는

작은 쪽지편지 안에는 요즘 밤늦게까지 공부하느라 피곤해서 예의없이 행동하고

짜증을 내서 죄송하다는 내용.

오늘도 늦을 것 같으니 기다리지 말고 일찍 주무시라는 내용 등 평범한 생각을

기록한 내용이었지만 그 안에 한아름 담겨있는 아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행복했습니다.

어느 농촌체험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봄나물로 싼 쌈밥을 입안에 넣기 전에

“4월 한 달이 이 안에 꽉 차있습니다.”라고 외친 후 맛있게 먹은 것처럼,

작은 쪽지 안에 꽉 차있는 아들의 마음을 느꼈습니다.

저는 이 쪽지를 오래오래 간직하렵니다. 앞으로도 계속 쪽지들을 모으렵니다.

그리고 그때가 언제인지 모르지만 그 때가 되면 아들의 눈 앞에 이 쪽지들을 내 놓으렵니다.

아들의 미소에 더 넓은 미소가 퍼지도록, 아들의 동심에 더 순수한 망울이 고이도록

파란 추억의 하늘을 열어주렵니다. 제가 그런 경험을 했듯이 아들에게도 만들어 주렵니다.

사랑과 행복은 크고 대단한 것이 아닌, 작고 평범한 것 속에 담겨있다는 것을

그렇게 나누고 알려주며 함께 웃으렵니다.

 

박선타 목사  

 




  •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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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쪽지편지
  • 2018-04-25
  • 박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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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쐐기
  • 2018-04-19
  • 박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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