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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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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비닐봉지가 깃발처럼

  • 박선타
  • 2022.01.31 오후 12:32

 

파란 비닐봉지가 깃발처럼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선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들의 흔들림

보기에도 처량한 그 쓸쓸한 자태 속에서

착상되는 무거운 인생의 추상체들,

청년들이 보이고 그들의 걸음걸이가 보인다.

오늘이라는 안개 속에서

신기루와 같은 목적을 무얼 그리도 처절하게 찾고 있는지..

우뚝 솟은 봉우리처럼

내 생각과 내 확신이 독보적일 것이라고 믿는 그 주관이

나뭇가지만 남아있는 겨울나무처럼 차갑다.

바람이 분다.

그 가지 끝에 엮인 채 휘날리고 있는 파란 비닐봉지가 보인다.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나지 못하고

끝내고 싶지만 끝내지 못하는

질기게 엮인 그 매듭으로 인해 가지의 흔들림과 함께 너도 흔들린다.

여기까지 찢어지고 뜯어져가며 날아온 이동의 동선은

이곳에서 매듭 맺기 위해 지나와야 했던 숙명이었겠지...

만족하니? 그렇게 자리 잡은 모습이?

하늘을 배경삼아, 아파트를 병풍삼아

외로운 나무의 친구가 되고, 앙상한 가지의 열매가 되어준 모습에

너는 행복하니?

파란하늘 옆에 언제나 함께하는 흰 구름의 우정이 고맙듯

너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친구 될 수 없고

경적소리 요란한 자동차들은 매연만 뱉어내며 가는데

갈기갈기 아픈 흔적만 있는 파란 비닐봉지 너는

옹골찬 매듭으로 묶기까지 청년을 붙들어

함께 바람에 흔들리는 몸이 되어주니

고맙구나. 감사 하구나.

어떤 사람의 눈에 너는 쓰레기의 하나로 보일지 모르지만

사랑에 고픈 나의 눈에 너는 진실 된 친구로 보인다.

오늘도 나는 너의 곁을 지나가듯 지나가면서도

너를 한 가득 내 마음에 담는다.

 

박선타 목사 




  •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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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 비닐봉지가 깃발처럼
  • 2022-01-31
  • 박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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