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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사마리아인의 에세이

  • 박선타
  • 2021.02.06 오후 12:40

선한 사마리아인의 에세이

    

 

인생은 여행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가벼운 마음과 새로운 마음으로 바람에 나를 맡긴다.

하나의 사건에 몰입되거나 매몰되지 않는다.

긴 여정 같으나 그것 또한 잠깐이며,

복잡한 것 같으나 그것 또한 가볍게 여긴다.

항상 자유로운 걸음으로 행보하는 여행자의 마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오늘도 여리고로 가는 길목에서 길가에 누워 신음하는 사람을 보았다.

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사람인지,

무엇을 하다 누구에게 이런 일을 당했는지 나는 모른다.

바람이 이끄는 데로 낭자되어 있는 혈흔 곁에 무릎을 꿇는 나를 본다.

내가 왜 이러는지, 왜 돕는지 나는 모른다.

아버지여 당신은 아시나이까? 나를 이끄는 내 심장의 손가락을

포도주와 기름과 붕대가 바삐 움직이는 사이

간간히 들려오는 신음소리에 안도되는 내 마음을 느낀다.

 

나귀의 안장에는 주인이 자주 바뀐다.

주로 꼿꼿이 앉을 수 있는 사람보다는

옆으로 눕혀지거나 가까스로 걸쳐지는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어떤 이는 밧줄로 묶어야 할 때도 있는데

신기하게도 나귀는 그 밧줄의 압박을 음미하는 표정이다.

 

한참을 걸었더니 주막이 보인다.

쯧 쯧 혀를 차며 불쌍한 듯한 표정이지만 몸은 꼿꼿한 주인에게

돈은 얼마든지 드릴테니 내 아들이다 생각하고 치료 해 주세요라는

나의 말이 그녀의 출발 스위치다.

불행 앞에서 유난히 크게 들려오는 머릿속 주판알이 움직이는 소리와

마음 속 손놀림으로 돈을 세는 소리는 모두에게 들리듯 나의 귀에도 들린다.

그러나 이 또한 바람으로 여긴다.

여행을 하는데 무슨 일이든 대수인가? 모두 가볍게 여기고 떠나보낼 뿐이다.

 

바람이 부는 곳을 향해 나의 여행의 걸음은 계속 옮겨진다.

늘상 경험하는 새롭고 가벼운 일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처럼 시원하고 자유롭다.

한 번도 세어본 적이 없는 머리카락의 갯수는

언제나 내 몸에 붙어 흩날리며 나를 기쁘게 해준다.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나는 오늘도 여행한다.


박선타 목사





  •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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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한 사마리아인의 에세이
  • 2021-02-06
  • 박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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