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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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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를 떠나 보내며

  • 박선타
  • 2017.07.06 오후 09:26

병아리를 떠나 보내며

 

 

큰아들이 생물학과에서 공부 하다보니

집에 오면 여러 가지 실험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올챙이가 알에서 부화된 이야기, 개구리를 해부한 이야기,

거머리보다 진드기가 더 해롭다는 이야기,

그중에 백미는 계란에서 부화되는 병아리 이야기입니다.

계란의 껍질을 깨트리고 그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생명을

핀셋으로 건드릴 때 깜짝 놀라듯이 반응하는 신기한 장면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영상으로 담아두고 종종 들여다봅니다.

아빠! 이것 좀 봐!’하면서 보여주는데 솔직히 끔찍해서 눈을 감을 뻔 했습니다.

그래도 태연하게 ! 근사한 실험이네!‘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깜놀이었습니다.

그런 실험을 거쳐 새마리의 병아리가 태어났습니다.

껍질을 부수고 나오는 모습이 조폭 같다고 해서 이름붙인 두한이를 시작으로

뿡알이노랭이’. 사내 둘, 여인 하나.

착한 아들은 이 세 마리의 엄마가 된 것처럼

그 누구에게도 보내지 못하고 라면박스에 넣어서 조심조심 가슴에 품고

천안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아들의 그 마음을 모질게 거절하지 못한 아내는 방 한개를 비우고

그곳에서 새 마리의 병아리가 지내게 해 줍니다. 물론 박스안에서요.

아침저녁으로 모이를 주고 물을 주고 쓰다듬어 주는 몫이 아내의 것이 되었습니다.

새벽기도 후 현관문을 열자마자 배고프다고 밥 달라고 삐약! 삐약! 삐약!

점심이 되면 심심하다고 놀아 달라고 삐약! 삐약! 삐약!

저녁이 되면 또 밥 달라고 삐약! 삐약! 삐약!

아내의 지극정성의 돌봄과 종종 전화로 병아리들의 안부를 묻는 아들 때문에

참고 또 참으며 보낸 세월 1개월 남짓!

! 드디어 일이 터졌습니다. 두한이를 필두로 힘찬 날개짓을 하며

날아오르기 시작한 녀석들이 높디 높은 라면박스의 벽을 뛰어넘어

거실 바닥으로 탈출했습니다.

그리고 향기로운(?) 배설물을 퍽! ! 투척하며 온 집안을 돌아다닙니다.

쇼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삐약! 하길래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니

세 녀석이 깜박거리는 눈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즉시 아내에게 전화를 합니다! “여보! 어디야! 빨리 집으로 와 봐!”

남편의 기겁하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아내도 여기까지가 한계였나 봅니다.

다음날 세 녀석이 들어있는 라면박스가 아내의 손에 들려 교회 주차장으로 옮겨졌습니다.

수소문한 결과 노 권사님이 아시는 분에게 드리기로 했답니다.

이상합니다. 시원할 것 같았던 마음이 웬지 모르게 아쉽고, 아들에게 미안하고

아내에게도 눈치가 보입니다. 떠나간 세 녀석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좋은 주인을 만나서 사랑받으며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떠나 보내야 겠지요?

 

박선타 목사




  •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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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아리를 떠나 보내며
  • 2017-07-06
  • 박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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