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의 부활
바지의 부활
노회 목사님들이 우리 교회에서 모임을 갖기로 하셨기에
아침 일찍 5층 카페를 청소합니다. 특히 그동안 미뤄왔던
유리창의 페인트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고민하던 중 베란다에 걸려있는
양복바지를 발견합니다. 순간 “아!” 탄식어린 한숨이 나옵니다.
저 바지는 사연이 있는 바지입니다.
지난 겨울에 제가 유난히 추위를 잘 타는 것을 본 아내가
큰 마음을 먹고 기모가 있는 양복바지를 구입했습니다.
따뜻하고 색깔도 이쁜게 마음에 들어서 즐겨 입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교회 5층 바닥에 본드 칠을 하고 인조잔디를 붙이는
작업을 하면서, 그 바지를 입은 채 작업을 했습니다.
조심히 한다고 했지만 여러 곳에 본드가 묻고 말았습니다.
강한 경화제가 첨가된 본드라 한번 굳으면 제거할 수 없습니다.
아랫부분과 무릎부분, 엉덩이 부분에 묻어있는 본드를 보면서
아내는 속상 해 했습니다. “여보... 이게 얼마나 귀한 바지인데...”
슬퍼하는 모습에 미안해서 칼로 긁어보고 신나로 닦아보지만
굳어있는 본드는 제거되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그 바지를 버리지 않고 베란다에 걸어 두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본드가 사라지며 새 바지로 부활되기를 바랐겠지요.
그렇게 두 달이 흘렀네요. 오늘에서야 그 바지가 두달 동안
베란다에 걸려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내의 바램처럼 새 바지로 부활되어 있으면 좋겠는데,
아, 본드는 역시 강했습니다...
바지는 부활되지 못했지만 제 마음에 부활된 것이 있습니다.
아내에게 더 잘 해 주어야겠다는 마음과, 앞으로는 작업 할 때
꼭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해야겠다는 ‘안전제일주의’가 부활했습니다.
바지가 새 것으로 부활되지는 못 했지만, 그 바지로 인해 제 마음에
귀중한 생각들이 부활 된 것에 감사합니다.
어쩌면 이런 부활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부활이 아닐찌...
싱거운 글인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창조가 있는 부할절 되세요.^^
박선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