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던 것 같아요
[그랬던 것 같아요]
문득문득
어린시절의 잔상들이 떠오릅니다.
엄한 아버지의 꾸지람과 회초리
풍뎅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훌쩍이며
땅에 끄적였던 뭉크의 절규
잿빛 하늘은 어찌도 그렇게 느리게 흘러가는지
세상에서 가장 작아질데로 작아지고
쓸모없는 것 중에서도 가장 하찮은 나는
먼지보다도 무가치한 모습으로 왜 살고 있는 것일까?
이혼의 격랑 속에서 팔랑개비는 미친 듯이 돌고
세차게 내 던져진 세상의 톱니바퀴에 분해되고 찢기어
몸은 넝마가 되고 마음은 생채가 된 채 바람에 날려 갑니다.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많이도 울었던 것 같아요.
콧물이 하도 흘러 얼굴이 길어진 것 같아요.
만약 그때 저의 이름을 불러주신 분이 없었다면 저는 산화했을 겁니다.
‘선타야...’
나지막이 들려온 저의 이름을 불러주는 그 소리가 저를 살렸습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단다...’
뜻 모르게 다가온 갑작스런 사랑에 당황했지만
그 손길이 어찌 그리도 따뜻하던지
제 머리 안에 그렇게 많은 눈물이 들어있는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관심에 고마워서 울고
사랑에 감격해서 울고
안아주심에 푹 안겨 울었는데
울고나서 보니 이전에 선타가 다른 선타가 되어 있었습니다.
잿빛 하늘이 푸른 하늘로 보이고
흰 구름이 웃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대면했습니다.
하늘이 그렇게 달라진건
내 마음의 거울이 달라졌기 때문이었죠.
그랬던 것 같아요.
예수님이 저에게 찾아오신 그날이 저의 행복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박선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