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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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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소년

  • 박선타
  • 2018.02.22 오전 08:37



섬마을소년

  

어머니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세요?”

85세 노모에게 여쭈면 마진도에 가 보고 싶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마진도.

제가 태어난 곳입니다. 목포항에서 배를 타고 두 시간 남짓 남쪽으로 내려가면

지도에 잘 표기되지 않는 작은 섬 마진도가 있답니다.

제가 아직까지 가 보지를 않았으니 이렇게 말할 수 밖에요..

세 형제는 모두 어머니의 볼록한 배에서 나왔지만 처음 발로 밟은 땅은 다 다릅니다.

형님은 저도’, 저는 마진도’, 동생은 영해도’.

아름다운 대한의 바다라고 불리우는 도의 해풍을 받으며 삼형제는 태어났습니다. 

섬에서 태어난 사람은 야무지다.’ ‘강인하다.’ 등등 어른들의 애둘린 전설을

듣고 자랐지만 실제는 다 똑같습니다. 

! 이런거는 있습니다. 섬에서 자라서 그런지 혼자서도 잘 놉니다. 섬처럼 살아요.

가끔 지독한 외로움을 겪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색에 잠겨 삽니다.

한쪽 귀가 안들리는 것을 편하게 생각할 정도니까요.

한번 하늘을 보면 하늘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나무를 보면 나무에 구멍을 뚫을 기세로 골몰합니다.

하얀 벽을 보고 그냥 지나칠 법한데 저는 그 벽에서 뛰놀고 있는 수십마리의 동물들을

봅니다. 시멘트의 질감과 페인트의 변색이 만들어낸 면과 색의 차이가 그려놓은

수십마리의 동물들이 보입니다.

형님도 동생도 약간씩은 그런 것을 보면 이게 섬의 효과인 것 같기도 합니다.

기억나는 것이라곤, 주먹만한 교실의 북쪽벽에는 고학년을 가르치는 아버지의 칠판이,

남쪽벽에는 저학년을 가르치는 어머니의 칠판이 서로 마주보며 걸려있었다는 것.

두 분이 아이들을 가르치며 얼마나 자주 얼굴을 마주치고 눈빛을 마주쳤을까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학교 운동장 한 가운데 묶여있는 황소가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그 넓은 운동장을

꽉 채우고 있는 황소의 얼굴은 제가 키가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방안에서 콩나물만 먹었으니까요.

아스라이 떠오르는 생각의 잔영들은 저로 하여금 바람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게 합니다.

언제인가 가보아야 할 곳. 하늘에서 내려온 첫 기착지. 바다의 품에 둘러싸인 바둑알 한 점.

어머니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세요?”

, 마진도에 한번 가 보고 싶다.” 그래요. 어머니. 한번 가 봐요.

 

박선타 목사 




  •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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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마을소년
  • 2018-02-22
  • 박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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