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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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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그릇

  • 박선타
  • 2018.01.04 오전 11:40

장면 그릇

 

지난 주일 낮 예배가 마쳐진 후 모든 사역을 끝내고 집에 도착했습니다.

현관문을 여니 무수히 많은 신발들이 우리 집에 손님들이 방문했음을 알려줍니다.

셋째아들이 속해있는 중고등부 학생들이 방문한 것입니다.

모두 아들 같고 딸 같은 사랑스런 아이들이라 반가웠습니다.

배가 고팠는지 중국집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있었습니다.

짜장면과 짬뽕과 만두 등 대부분의 그릇들이 비워져있는 것을 보고

양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아이들은 저녁에 송구영신예배를 드리고 싶은데 집에 갔다가 다시 나오는 것보다

목사님 사택에 모여 있다가 바로 예배에 참석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 마음이 기특하고 이뻤습니다. 하나님께서도 기쁘게 받으셨을 것입니다.

음식을 다 먹고 난 후 아이들은 중국집에서 보내준 비니루 안에 음식물 찌꺼기와

빈그릇을 담아 늘상 그렇게 하듯이 아파트 복도 현관문 앞에 갖다놓았습니다.

밤이 깊어 갔습니다.

새벽별이 떠올랐습니다.

420. 설정해 놓은 알람소리에 눈을 뜨고 새벽예배를 드리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현관 문을 여는데, 밤새 복도에 퍼져나간 음식물 냄새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비니루가 음식물 찌꺼지는 밀봉했지만 그 냄새까지는 막지 못한 것이죠.

... 중국집에서 어제 밤에 왜 그릇수거를 해 가지 않았을까?.. 옆집 분들에게 민폐가 되겠는걸?

더군다나 애완견을 기르는 302호에서는 개가 냄새를 맡고 짓어댈지도 몰라....”

저는 중국집에서 그릇수거를 빨리해가야 될 텐데...라는 생각만하며

교회로 향했고 새벽예배를 인도했습니다.

그 그릇에 관한 생각은 오직 하나였습니다. 중국집에서 빨리 수거해 가야한다는 생각.

새벽예배를 마치고 돌아와서도 냄새를 풍기고 있는 그릇들을 보며 똑같은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오전이 되어 집을 나서며 문을 열었을 때 눈이 휘둥그레 졌습니다.

그릇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는데,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거듭난 그릇, 새 생명을 얻은 그릇, 완전히 성화된 그릇으로 변화 되 있었습니다.

비니루도 없어졌고, 음식물 찌꺼지도 없어졌고, 빨간 짬뽕국물과 기름도 없어졌고,

완전히 깨끗하게 씻겨져서 반짝 반짝 광이 나는 모습으로 가지런히 쌓여있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누가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지?

구두바닥에 본드가 붙은 듯이 그 앞에 서서 생각에 잠겼습니다.

... 틀림없이 302호 아주머니가 냄새가 너무 심하니까 냄새의 원인을 찾다가 이 그릇들을 발견하시고,

가져다가 깨끗이 씻어서 갖다놓으셨을 꺼야... 이렇게 미안하고 죄송스런 일이 있나... 이걸 어쪄지...

이게 무슨 창피인가? 내가 목사라는 것도 잘 아시는 분인데.. 본이 되질 못하고 이런 민폐를 끼치다니...."

별 생각이 다 들면서 괴로웠습니다.

제일 가슴이 아픈 것은 나는 왜 이렇게 그릇을 �어서 놔 둘 생각을 못했을까?”

제 생각의 짧음을 고민하며 마음아파 했습니다.

그 다음 날에 알게 된 사실은 중국집이 하루 쉬는 관계로 그릇수거를 안 해 간다는 사실을 알게된

셋째아들이 비니루 봉지를 가져다가 집안에서 닦아서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302호 아주머니가 아니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셋째아들의 속깊음 마음에 아들이 이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버지보다 나은 아들이구만.. 남을 위한 배려에 대해서는 나보다 낫네...

아들에게 자주 배우지만, 이번만큼은 제대로 배운 듯 합니다.

짜장면 그릇을 밖에 내 놓는 작은 일에도 남을 배려하는 깊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배웠습니다.

 

박선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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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장면 그릇
  • 2018-01-04
  • 박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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