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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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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제시

  • 박선타
  • 2017.03.03 오후 06:48

굿바이 제시

 

교회 뒷 공간에 두 마리의 보더콜리를 키웠습니다.

남성적인 우직스러움과 듬직함을 가진 숫 컷 럭키

이쁘고 맵시있게 생긴 암 컷 제시두 마리가 살았습니다.

매일같이 밥을 주고 물을 주며 녀석들의 재롱과 함께 어울린지

2년이 넘어가네요. 같이 놀아주지 못한 것이 미안해서  

아산의 곡교천까지 실고 가서 마음껏 뛰놀게 해줄 때 얼마나 좋아하던지..

푸드득 하고 날아오르는 청둥오리를 쫓아 냇물로 뛰어든 녀석들은

온몸에 흙이 묻은 지도 모르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자유를 만끽합니다.

교회 뒷산을 산책할 때면 제시는 언제나 제 한발 짝 앞에서 걸어갑니다.

행여나 주인이 안 따라올까 봐 수시로 뒤를 돌아보며 확인합니다.

녀석을 놀래주기 위해 얼른 나무 뒤로 숨으면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엉덩이를 반대로 돌려 제 곁에 다가와 서 있습니다.

교회 바로 앞에 위치한 아파트의 입주시기가 다가오면서

저의 시름이 깊어졌습니다. 그것은 제시가 짓는 소리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그만 인기척에도 짓어 대고, 럭키와 놀면서 짓어 대고

주인이 오면 반갑다고 짓어 대고, 계속 짓어 대는 녀석의 소리는

울리고 울려 아파트에까지 전달됩니다. 틀림없이 민원이 들어 올 것입니다.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분양을 받아왔던 분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기꺼이 받아주시겠다고 데려오라는 것입니다.

제시의 어린 시절을 잘 알고 있고, 누구보다도 제시를 이뻐 해 주실 분이라서

아쉬운 마음 뒤로한 채 돌려보내기로 했습니다.

제시를 보내는 날 이상하게 차에서 내리지를 않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가장 먼저 뛰어 내리던 녀석인데, 이상하게 내리는 걸 싫어합니다.

그분이 목줄을 잡아당기며 끌고 가려는데 땅에 움크린 채 꼼짝을 안합니다.

저를 향해 두발을 올리며 안기려고 합니다.

눈빛을 보니 너무나 측은합니다. 전 주인이 번쩍 들어서 안아가지고 가는데

자꾸 뒤를 돌아봅니다. 저만치 멀어져 가는데도 계속 뒤를 봅니다.

그 모습 지켜보는데 가슴이 미어지며 눈물이 날뻔 했습니다.

그동안 함께 지내며 건강하게 자라주어서 고맙다.

교회의 어린친구들에게 잠시나마 웃음을 주고 놀아주어서 고맙다.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지내렴. 굿바이 제시.

 

박선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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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제시
  • 2017-03-03
  • 박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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