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의 주마등
주마등 지나기
바람을 타고 날아 온 날들이 28년이 되었네요.
이리돌며 저리돌아 여기까지 왔는데,
김광석의 노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가사처럼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메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
살포시 걸음을 옮기며 기억의 주마등을 지나가 봅니다.
가수 김광석은 아내의 얼굴을 보며 이 가사를 썼겠지만
목사인 저는 여전한 사랑으로 웃고 계신 하나님을 보며
글을 씁니다. 하나님, 참 감사할게 많습니다.
떨리는 두 손으로 개척교회 간판을 벽에 걸 때부터
오라는 곳은 없었지만 갈 곳은 많아 매일 걸었던 주택가의 좁은 골목,
함께 전도하겠다고 아기를 등에 업고 나선 아내와 잠시 공터에서 쉴 때,
무엇이 좋아 그리도 해맑게 웃었는지 그 웃음 속에 주님은 계셨군요.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때로는 스치며 때로는 지나며 때로는 머물며 걸어 온 추억의 회전목마에서
언제나 주님은 가운데 계셔 주셨네요.
성공인지 실패인지 만족인지 아쉬움인지
놀라울 정도로 고요한 이 마음의 정원에서는 어떤 자평도 다 무색할 뿐입니다.
오직 한 구절의 성구만이 안갯속을 비추는 등대처럼 찬란합니다.
“주님께서 한결같은 사랑으로, 손수 구원하신 이 백성을 이끌어 주시고,
주님의 힘으로 그들을 주님의 거룩한 처소로 인도하여 주십니다.”(출15:13 새번역)
하여 절절한 심정으로 외쳤던 선배들의 반응과 똑같이 뛰어 오릅니다.
“주님께서 그들을 데려다가 주님의 소유인 주님의 산에 심으실 것입니다.
주님, 이 곳이 바로 주님께서 계시려고 만드신 곳입니다.
주님, 주님께서 손수 세우신 성소입니다.
주님께서 영원무궁토록 다스리실 것입니다.”(출15:17-18 새번역)
옛적부터 지금을 지나 영원을 향하는 주님의 다스리심은 완전하게 이어집니다.
그 여정에서 잠시 바쳐지고 드려진 우리의 28년은 모두 행복입니다.
진정 행복입니다. 모든 감사와 영광 우리 주님 홀로 받으소서.
박선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