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
샤갈
뒤숭숭한 꿈자리에 눈이 떠진 시간은 새벽 1시 10분.
잠을 다시 재촉한들 천장이 움직이며 시간만 흐를 뿐이라는 걸
알기에 의자에 앉아 성경을 읽는다.
주일 설교 본문인 로마서를 열고 그 안으로 마음을 던진다.
‘비판하지 말라’로 시작되는 가르침은
굵은 선이 꿈틀거리며 움직이듯 앞을 향해 직진한다.
상하와 좌우를 가르며 거침없이 뻗어가는 힘이 참 강렬해서
바울신학의 통쾌함과 시원함은 이번에도 옹골차다.
어떻게
어떻게 이 본문을 사랑으로 느낄 수 있도록 전달할까?
수십 겹의 껍질을 벗겨내며 사랑의 속살을 드러내기까지
시간은 언제나 인고의 마음을 태우는 과정일 뿐이다.
아침인들, 저녁인들, 새벽인들 나는 탄다.
한 달 30번의 설교는 그렇게 출산 되어
공기를 가르며 성도들의 귓속으로 흩어진다.
훌륭한 동역자 두 분이 온 덕에 24회로 줄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타들어 가야 할 시간이 내겐 필요하다.
천재 화가 샤갈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구도를 그렸다.
계란 프라이가 하늘에 떠 있고, 수탉이 사람 몸만 하고,
염소와 바이올린이 한 몸이다. 집은 성냥각처럼 작고,
나무는 산처럼 크다. 모두 공중에서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
꿈 속에서 그림을 그린 걸까?
그는 뇌전증을 앓았다고 한다. 발작 전조 증상으로 나타나는
환시가 그의 작품에 영향을 준 것이다.
뇌 속에서 스파크가 튀는 현상을 자연스러운 것 처럼
그림에 담아냈고 그로 인해 독특한 그림들이 탄생했다.
아내 ‘벨라’는 종종 발작을 일으키고 말을 더듬기도 하는 샤갈을
편견 없이 헌신적 사랑으로 보살핀다.
그 덕에 샤갈은 꿈 같은 '환상의 세계'를 계속 그릴 수 있었다.
한편의 설교를 그려낸 후 시계를 보니 4시 20분.
곤히 자고 있는 아내의 이마에 키스를 한다.
'여보 고마워요! 내가 있음은 그대 때문이라오.'
박선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