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프로필 에피소드
카톡 프로필 에피소드
성도님 중에 몇 분이 조심스럽게 제게 부탁하셨습니다.
“목사님 카톡 사진 좀 바꿔주세요”
“왜요?”
“음... 목사님 사진이 너무 우스꽝스러워요.”
이런 대화가 오고간 이유는 카톡 프로필에 올려놓은 제 사진 때문입니다.
저는 저의 나름대로 상태메시지와 어울리는 사진을 선정해서 올린 건데요,
제 카톡 프로필의 상태 메시지는 ‘바보처럼 웃자“입니다.
상태 메시지를 일 년에 몇 번씩은 바꾸는데 현재의 이 문구가 가장 오랫동안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이 문구가 순간순간 제 마음을 지켜주는데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항상 기뻐하며 살기로 작정했습니다. ‘주님의 명령이니까 어떤 일이 있어도 웃자! 오늘도 웃고, 내일도 웃고 항상 웃자!’
이렇게 마음먹고 사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걱정. 초조. 불안. 염려. 이런 것들이 마음에 더 많이 머무르는 생활을 하다보니 웃어야하는 것을 자꾸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작심을 했습니다. ‘바보처럼 살자.’
바보는 무반응입니다. 반응의 시초인 생각이 없으니까, 반응을 안 합니다.
생각에서 나오는게 걱정이고, 초조함이고, 불안함이고, 염려인데
생각이 없으니까 아무것도 느끼지 않습니다. 그냥 편안하게 웃습니다.
단념을 해버리는 의지적 차원에서 나오는 웃음이 아니라, 무념에서 나오는 무의지적 반응입니다.
그래서 저는 바보처럼 웃어봤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셀카로 찍어 봤어요.
그런데 그 사진이 너무나 마음에 드는 거에요. 그래서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죠.
ㅎㅎ 어떤 성도님은 웃겨 죽겠데요. 근엄하고 거룩한 목사님이 이렇게 바보 같으니
너무 웃기고 재미있데요. 그래서 제 사진을 보며 한참을 웃었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도 웃었죠. 제 사진을 보며 성도가 행복하다면 그게 목사로서
최고의 행복 아닌가요? 그래서 좋아서 웃었어요. 웃으면서 제 사진을 다시 봤는데
더 웃기더라구요. 진짜 바보같아요. 참 마음에 들어요.
좀 더 연습을 해야겠어요. 바보가 되는 연습. 무념으로 사는 연습.
그래서 좀 더 바보같아 졌을 때 진짜 바보같은 사진을 찍어서 올리려구요.
사도바울이 고백한 “나는 날마다 죽습니다.”라는 말이 웬지 “나는 더 바보가 되려고 노력합니다.”라는 말로 들려집니다.
나는 죽고 그리스도만 살고, 나는 없어지고 그리스도만 나타나는 그런 나의 모습.
참 차원이 높은 것 같지만 사실은 차원이 한참 낮은 바보 같은 바램.
내가 죽는 것. 내 생각을 버리는 것. 내 의지를 부인하는 것. 무념의 삶.
예수로만 만족하고 행복한 삶. 그래서 하루 종일 웃고 기뻐하는 삶.
제가 바라고 꿈꾸는 삶입니다.
박선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