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받아서는 안 되는 인사
제가 받아서는 안 되는 인사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로 인해 장롱 속에 있던 겨울옷을 꺼내 입게 됩니다.
아직은 대지위에 서리가 내린 소식은 없지만 내일 아침이라도 슬며시 내릴 듯 합니다.
길을 걷노라면 가로수의 끝자락에 매달려있는 단풍든 잎사귀들이 흔들거립니다.
하늘을 우러러 보면 어디론가 떠내려가는 구름이 무척 하얗습니다.
파란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그렇게 늦가을의 하늘은 깊습니다.
이번 주에도 버스 운전석에 앉아 무료급식을 기다리시는 어르신들께로 향합니다.
행복이 한 아름 묻어있는 인사를 주고 받으며 일주일간의 안부를 나눕니다.
‘아삭!!’ 이번 주 식단에 올라온 녀석이 입안 가득 싱싱함을 안깁니다.
'배'로 만든 깍두기 입니다. 난생처음 맛본 ‘배 깍두기’맛에 매료되어
집사님께 달려갔습니다. “집사님, 깍두기에 ‘무’가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배’가 들어가 있어요!”
“호호, 목사님, ‘배’ 깍두기에요. ‘배’ 깍두기” “네? 그런게 있어요?”
신기 해 하는 저의 얼굴을 보며 집사님들이 까르르 웃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둘이 먹다 한사람이 죽어도 모를 고구마 튀김 맛에 손 전도사님의
눈동자가 두 배로 커집니다. 개구리 왕눈이의 눈보다 큽니다.
“전도사님, 그렇게 맛있어요?” “네!! 이렇게 맛있는 고구마 튀김 처음 먹어봐요!”
젊은 사람들의 식감을 사로잡는 이 맛들이 어찌 어르신들을 피해가겠습니까?
여기저기서 맛있다고 수군 수군 하십니다.
어느 어르신은 아껴먹겠다고 한쪽에 고구마 튀김을 쌓아 놓으셨다가,
다른 것을 다 드신 후 천천히 음미하며 먹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데 어느 백발의 어머님이 저에게 꾸벅 인사를 하십니다.
“목사님, 너무 감사해요. 너무 행복해요. 이렇게 좋은 일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네 어머니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라고 답사드렸지만 마음속으로는
“에구.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인사를 받을 대상이 아니네요.”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사를 받아야할 분들은 따로 계십니다.
매주 아픈 몸을 이끌고 나오셔서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시는 이 권사님과
여러 집사님들, 그리고 장로님.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더 푸짐하게 섬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사랑과 정성으로 차려내는 한끼 식사속에 바로 이분들의 헌신이 담겨있어서
그 기가막힌 맛을 내는 것입니다. 인사는 이 분들이 받으셔야 맞습니다.
제가 모든 어르신들을 대표해서 인사드립니다.
“이렇게 행복하게 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박선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