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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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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지만

  • 박선타
  • 2016.12.24 오전 08:34

작은 것이지만

 

저는 서울에 있는 남산에서 군대생활을 했습니다.

수도서울을 사수하는 부대였기 때문에 군기가 매우 엄격했습니다.

처음 부대에 입소했을 때부터 경험했던 그 살벌하고 무섭고 잔인하기까지 했던

분위기는 지금도 살이 떨릴 정도입니다.

함박눈에 내리는 겨울에 입대해서 그렇게 힘들게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번의 함박눈이 내린 다음에 저는 마음씨 좋은 중대장님 덕분에 교회를

다닐 수 있게 됩니다. 부대 안에 있던 교회, 그리고 신실한 형제들과의 만남.

그들의 초대를 받아 순수하고 맑고 착한 형제들의 커뮤니티 속에

처음 발을 내딛였을 때 받았던 그 충격은 온 몸을 휘감은 감격으로 와 닿았습니다.

마치 낭떠리지로 곤두박질 쳤는데 향기로운 꽃밭 한 가운데로 사뿐히 내려앉은 느낌?

그렇게 살벌하고 엄격한 부대 안에 그렇게 향기롭고 행복한 모임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그곳은 천국이었습니다.

찬양하고 교재하고 말씀 듣고 서로기도해주며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은 생각에

제 볼을 꼬집어 본적도 있습니다.

그곳에서 시작된 풋풋한 봉사생활, 율동 팀에서 율동을 배웠고, 주일학교 교사가 되어

가르치는 것에 대해 배웠습니다. 주보제작을 위해 글을 쓰며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배웠고,

찬양인도를 위해 악보 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봉사의 소중함에 대해 배운 것입니다.

나의 작은 봉사가 남에게 얼마나 큰 위로를 주고 힘과 용기를 주는 것인지,

항상 나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에 익숙해있던 저에게 그것은 신세계였습니다.

많은 봉사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새벽 차돌리기입니다.

2주일에 한번 밤 12시가 되면 모든 형제들이 교회로 모입니다.

물을 끓이고, 차를 타고, 컵과 초코파이를 준비합니다.

여름에는 한덩어리의 얼음을 투하하고, 겨울에는 따끈 따끈 김이 나오게끔 뎁힙니다.

두명씩 팀을 이루어 남산 자락에서 불침번 근무를 서고 있는 초소를 방문합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교회에서 출발할 때가 새벽 1시 반쯤 됩니다.

제법 무거운 보온병과 몇가지 봉지를 들고 산자락을 오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을 뒤로하고 초소에 도착하면 시커먼 벽 뒤에 숨어서

번뜩이는 눈빛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던 두명의 군인을 만납니다.

그들에게 건네는 정성스런 차 한잔과 간식, 그리고 격려와 위로의 말 한마디,

마지막으로 주의 사랑으로 안아주는 허깅.

그들이 그일로 예수님을 믿게 되었는지는 알수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 캄캄한 밤하늘 아래서도 선명하게 볼수 있었던 그들의 행복해하는 미소. 고마워하는 눈빛.

그것만큼은 결코 어둠에 묻히지 않았습니다.

모든 차돌리기를 마치고 교회에 도착하면 새벽 4. 그런데 말입니다. 땀방울로 범벅이 된

얼굴들이 어쩜 그렇게 환하고 밝은지, 희미하게 떠오르는 여명의 배경을 뒤로한 그 얼굴은  

영락없는 태양이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제 마음속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태양, 

봉사는 그렇게 가장 긴 여운이 남는 행복으로 제 마음에 자리잡았죠.

오늘 우리는 봉사서약을 합니다. 그리고 예배후 아파트에서 수고하시는 경비아저씨들을  

방문해서 작은 선물을 전달 합니다. 작은 것이지만 그 안에 우리모두의 큰 사랑이 담겨있어서 

함께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박선타 목사




  •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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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것이지만
  • 2016-12-24
  • 박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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