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무제
몇 주 전이다. 금요기도회를 인도하고 난 후
집에 와서 잠을 자며 꿈을 꾸었는데
설교 중에 예화 한 개를 빠뜨린 것을 계속 속상해 했다.
‘어떤 예화를 빠뜨린 거지?’ 꿈 속에서 시달리다가
참지 못하고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30분.
그 예화를 찾아서 어딘가에 기록해 놓지 않고서는 잠을 못잘 것 같았다.
어떤 예화였지? 스마트 폰을 뒤져보고, 아이패드를 뒤져보았다.
책상위에 있는 책들을 뒤져보고, 잡다한 생각을 적어 놓은 노트도 보았다.
찾지 못했다. ‘도대체 어떤 예화인거지?’ 그러는 중에 잠이 다 달아나버렸다.
억지로라도 잠을 자보려고 누웠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엎치락 뒤치락 뒹굴다가 결국 박차고 일어나고 말았다.
‘잠이 올 때까지 설교준비나 하자.’
약간은 짜증나고 약간은 속상하고 약간은 피곤하기도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설교를 묵상한다. 끝끝내 그 예화는 떠오르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5시 20분. 3시간 가까이를 이름도 주제도 모르는 예화 한 개와
씨름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엉겁결에 설교가 준비되었는데
주님은 도대체 이 설교를 어떻게 사용하실까? 이 설교가 사용되기나 할까?
후훗. 하늘을 떠가는 구름을 우습게 여기지 마라.
아무 생각 없이 가는 것 같아도 누군가에게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면이다.
때로는 이렇게 바보같이 사는게 목사의 삶이다.
설교에 미쳐 끙끙거리기도 하고 실없이 웃기도하고 꿈속에서도 애를 태운다.
바보같다. 그래도 그것이 예수께 폭 빠진 마음 때문이니
위에계신 하나님이 보시기에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까?
오늘 칼럼의 제목은 도저히 정할 수 없다.
그래서 무제이다.
박선타 목사